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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오센/덕규대협] 후식은 농구

CHA 2025. 9. 22. 01:27

 

 

- 슬램덩크 2차 창작

- CP요소는 거의 없지만 그래도 변덕규X윤대협입니다...

- 호칭은 원작 기준인 우오즈미 상↔센도로 통일했습니다.

 

 


 

요리를 시작하자 우오즈미 쥰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농구부 주장 자리를 돌려달라며 소동을 일으켰던 주제에 허리에 맨 앞치마가 잘 어울리는 곧은 자세로, 농구 같은 건 한 적 없다는 듯 차분한 얼굴로 칼을 쥐었다. 두껍고 투박한 손이 물 묻힌 칼로 연약한 참깨 두부를 보기 좋게 잘랐다. 달큰한 다시 국물을 끼얹은 뒤 무 조각과 와사비를 올리는 손길이 얼마나 섬세한지 살짝 오목한 접시를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을 터였다. 옆에 놓인 평평한 접시 위에는 가지와 오이, 꽃 모양을 한 연근 등의 채소 조림이 나란히 올라갔다.

우오즈미가 카운터 위로 접시를 올리자 센도가 벌써 젓가락을 쥔 손으로 받아갔다. 젓가락으로 참깨 두부를 갈라 입에 넣으면 부드럽게 녹으며 고소한 맛을 남겼고, 조림은 소박해 보이지만 채소의 종류가 많은 것이 정성스러웠다. 그러나 이건 단지 기다리는 시간을 달래줄 간단한 전채다. 오늘의 연습 메뉴는 구이류. 우오즈미는 다른 모양의 식칼을 꺼내 병어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농구와 달리 요리를 하면 잡생각이 사라졌다. 적성이라는 게 있긴 한 모양이다.

오늘의 손님은 한 명뿐이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가게 정기 휴일이니 우오즈미는 빈 주방을 혼자만의 연습실로 마음껏 써줄 요량이었다. 뭘 태우거나 못나게 썰어도 잔소리할 아버지가 없었다. 그러나 굳게 닫힌 가게 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는 센도를 발견한 순간 계획은 틀어지고 말았다. 어깨에 대충 멘 낚시가방을 보고 우오즈미가 말을 걸었다.

“또 낚시하러 가냐?”

“아, 우오즈미 상. 가게 여는 게 늦어졌네요?”

센도가 천연덕스럽게 물었다.

“들어와. 오늘은 나 혼자야.” 우오즈미가 문을 열어주었다.

그렇게 모시게 된 불청객, 센도 아키라다. 그는 우오즈미가 요리 수행을 시작한 후로 가끔 가게에 들르게 되었다. 학생이 매일 같이 사 먹을 가격의 가게는 아니므로 사람이 적은 늦은 점심에 찾아와 런치 세트나 가벼운 사이드를 시켜 먹었다. 아직 수습으로 잡일을 돕던 우오즈미는 시간이 남으면 직접 서비스 메뉴를 한두 개씩 만들어 주었고, 가끔은 메뉴에 없는 직원 식사를 내어주었다.

그렇게 대충 대접해도 되는 녀석이지만 오늘만큼은 주방장이 되기로 마음먹었으므로. 무작정 많이 만들기보다 도전 중인 과제를 신중하게 시도하기로 했다. 손님을 가장 좋은 자리에 앉히고 차게 식힌 찻잔에 시원한 보리차를 내었다. 평소에는 꺼져있는 TV도 심심하지 않도록 켜두었다. 반쯤 열린 가게 문으로 시원한 가을바람이 산들거리며 들어찼다. 센도는 이미 전채를 남김없이 먹은 뒤에 언덕 아래로 내리는 바다를 감상하고 있었다. 가리는 음식이 없는 것 하나는 좋았다.

우오즈미는 토막 낸 병어에 된장소스를 바르고 그릴에 넣었다. 기계 만지는 소리에 센도의 시선이 움직였다. 손바닥에 전해지는 열기로 온도를 확인하고 타이머를 맞추는 모습이 수습이라고는 해도 주방 일에 무척 익숙해 보였다. 센도가 반쯤 넋을 놓고 말했다.

“신기하네요, 그림이 그럴듯해요.”

“정식으로 배운 지는 얼마 안 됐지만 집에서는 줄곧 다뤘어.”

별 대단치도 않다는 듯 말하는 우오즈미는 묘하게 자신감 있어 보였다. 농구할 때도 딱 그만큼만 당당했더라면 더 멋진 일이 생겼을 텐데. 센도는 몰래 건방진 생각을 했다.

그릴이 열을 내는 동안 우오즈미가 빈 잔에 보리차를 다시 채웠고, 센도는 입구 방향의 높은 선반에 놓인 TV를 보았다. 살짝 후덥지근해진 가게 안에는 무 써는 소리와 야구 중계 소리가 울렸다. 바람과 파도 소리, 자동차들이 빠르게 지나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그리고 타이머가 울렸다.

껍질이 노르스름하니 촉촉하게 구워진 병어를 꺼내자, 순식간에 좋은 냄새가 퍼졌다. 비스듬히 놓인 병어 두 토막에 무를 갈아 곁들이고 생강 초절임으로 마무리했다. 우오즈미가 완성된 병어구이를 올려줄 때까지 센도는 입을 살짝 벌린 채 멍하니 그 정경을 감상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우오즈미는 인생 첫 손님의 감상이 신경 쓰였다. 본인이 맛보는 일도 잊고 센도가 젓가락으로 갈라낸 병어를 크게 한입 먹을 때까지 지켜보았다. 짭조름하고 따뜻한 생선을 삼킨 센도는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 놀란 우오즈미가 묻기도 전에 그가 입을 열었다.

“정말 맛있어서……이상해요.”

“이상할 건 또 뭐야?” 우오즈미가 어이없다는 듯 반박했다.

“우오즈미 상은 나한테 주장이지, 주방장이 아니니까.”

센도가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말했다. 우오즈미에게 엉뚱하게 느껴지는 대답이었다. 맛있으면 그걸로 된 거다.

“그래도 우리 아버지나 가게 형님들에 비하면 멀었지?”

평소의 가게 음식을 먹어 본 적 있는 센도를 향해 물었다. 그는 그저 어깨를 한번 으쓱이고 병어를 마저 음미했다. 차림이 모자랄까 걱정이 될 정도로 의외로 먹는 게 빨랐다. “흐음.” 센도는 병어 한 토막을 다 먹은 뒤 만족스러운 한숨을 내쉬었다.

스스로 느끼기에도 제법 괜찮은 병어구이였다. 자신 몫의 한 토막을 먹은 우오즈미는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음 요리를 위해 꽁치를 꺼내 손질을 시작했다. 침묵하던 센도가 다시 말을 꺼냈을 때 접시는 거의 비어있었다.

“엄청난 요리사가 될 것 같네요, 우오즈미 상.”

우오즈미는 뼈를 바르는 데에 집중해 고개를 들지 않고 작게 웃었다. 느긋한 말투는 진심인지 놀림인지 알 수 없었다. 센도가 의뭉스러울 때는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적어도 우오즈미에게는 항상 그게 정답이었다.

칭찬에 들뜬 우오즈미가 입을 열었다.

“너도 주장 노릇만 제대로 하면…”

“와아, 마쓰이가 홈런을!”

센도의 탄성이 우오즈미의 격려를 끊어냈다. 이 녀석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지 않고 폭포처럼 뚝 떨어지는 말 돌리기였다. TV에서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키 큰 선수 하나가 홈베이스를 지나고 있었다. TV를 켠 것도 잊었던 우오즈미는 경기에 정신이 팔린 센도의 옆얼굴을 흘겨보았다. 역시 도쿄 팀을 응원하는 건가?

“야구를 좋아하는 줄은 몰랐는데.” 우오즈미가 말했다.

“그냥 가끔 보는 정도예요. 아빠가 엄청 좋아하거든요. 아들이 야구가 아니라 농구를 시작해서 꽤 실망했을걸요.”

그렇게 말하는 센도는 조금 장난스러운 얼굴이었다.

우오즈미는 타오카 감독이 과일주스 상자를 들고 부모님을 찾아와 스카우트 소식을 알렸던 중학교 3학년의 어느 여름날을 기억했다. 감독이 대학 진학이니 실업팀이니 먼 미래까지 봐야 한다며 말을 부풀리는 바람에 저녁에는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서 긴급 가족회의가 열렸다. 우오즈미는 가업을 잇길 기대하는 아버지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농구는 딱 3년 뒤 여름까지라는 기약이 그날 탄생했다.

우오즈미는 센도와 자신이 이렇게 작은 것 하나까지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센도는 그런 것에 얽매여 있지 않다. 같은 팀에서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면서도 그는 자유로움과 즐거움을 추구할 수 있었다. 재미만 있으면 뭐든 괜찮은 건지 생각하게 만들었다. 주장의 귀찮은 잡일 따위 잽싸게 피해 다니는 주제에 코트 위에서는 책임감을 발휘한다. 역시 주장보다는 에이스면 된다. 우오즈미는 슬그머니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야구가 더 재밌을 것 같다고 언젠가 훌쩍 이적해 버리는 건 아닌지 걱정되는군.”

말투를 들으면 구박이 섞인 농담이었다.

“도대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거예요, 우오즈미 상.” 센도가 항변했다.

“어떻게 생각하긴. 천덕꾸러기 에이스지.”

우오즈미가 카운터에 새 요리를 올리며 말했다. 뼈를 바르고 내장과 함께 모양을 잡아 소금 간으로 구운 꽁치였다. 레몬 조각과 함께였다. 접시를 가져온 센도는 가지런한 칼집 안으로 레몬즙과 함께 기대감을 흘려 넣었다.

이번에는 우오즈미가 먼저 자기 몫의 꽁치구이를 맛보았다. 바삭한 껍질이 입 안에서 바스러지며 진하고 고소한 기름을 퍼뜨렸다. 내장의 쌉싸름한 맛이 풍미를 더했다. 재료를 낭비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안도의 미소가 퍼졌다. 센도도 그새 맛을 보고 좋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두 입째로는 아예 접시를 들고 꽁치를 베어 물었다. 일일 주방장 노릇은 성공이군.

“우오즈미 상이야말로 농구 따위 이제 질린 건가요?”

센도가 뜨거운 생선 살을 우물거리며 물었다. 우오즈미를 힐끔 쳐다보기까지 했다. 그는 이따금 우오즈미가 주방에 있는 것이 낯설다는 기색을 비쳤다.

“그럴 리가 있나. 나는 너처럼 쿨하지 않아.”

오히려 미련할 정도다. 아직도 여름으로 돌아가는 꿈을 꾼다.

우오즈미는 잠시 말이 없더니 접시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후식 고르기 전에 주방을 정리한다는 핑계로 분주한 척을 했다. 식기가 쌓이고 물이 흐르며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 화제를 떠넘기고 도망쳐 버리는 비겁한 짓이었다. 센도는 그 모습을 차분히 살피며 계속 음식을 씹었다.

그리고 우오즈미가 조리대를 행주로 닦느라 가게 안이 조용해졌을 때.

“나라고 그렇게 쿨하지 않아요. 아직도 가끔 후회해요.”

센도가 작게 말했다. 무엇을? 우오즈미는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쳤다.

우오즈미를 응시하던 센도는 천천히 시선을 내렸다. 사내 녀석치고는 길고 짙은 속눈썹이 푸르게 보일 정도로 검은 눈동자에 그늘을 드리웠다. 손재주만큼이나 심성이 섬세한 우오즈미는 좀처럼 속내를 알 수 없는 센도가 일순 솔직해진 것을 눈치챘다.

그도 같은 후회를 할까? 그때 조금 더 빨랐더라면. 볼을 돌렸더라면. 시간을 끌었더라면. 방심하지 않았더라면. 단 하나의 ‘만약’조차 경기에 남겨놓지 않았더라면. 우오즈미는 언제나 근심 따위 없어 보이는 센도 아키라도 그런 지리멸렬한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그에게도 한 점 집착이 있고 방금 그것을 드러내 보였다는 것만 직감했다.

갑자기 그가 눈을 찡그리기에 우오즈미는 또 한 번 놀랐다. 입가에 손을 가져가는 것이 음식에 문제가 있는 모양이었다. 센도가 찌푸린 얼굴로 우물거리더니 꽤 굵은 가시 하나를 다물린 입술에서 빼어 들었다. 미처 제거하지 못한 가시가 들어있었나 보다.

“이런…….”

우오즈미가 한숨을 쉬며 조리대에 손을 짚고 섰다. 끝이 좋지 못하다. TV에서는 자이언츠가 역전을 당해 지고 있었다.

“뭐, 이런 날도 있는 법이죠.”

그렇게 말하는 센도는 어째서인지 기분이 좋아 보였다. 가시를 접시에 내려놓으며 웃기까지 했다. 작은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센도는 남은 꽁치구이를 전부 먹었다.

“잘 먹었습니다.”

말하는 사람에게도, 듣는 사람에게도 만족감이 드는 목소리가 울렸다. 우오즈미는 주방을 거의 다 정리해 가는 참이었다. 센도는 찻잔을 한 번 더 비우고 테이블에 느긋이 기대어 앉아있었다. 있죠, 우오즈미 상. 그릇 정리까지 마친 우오즈미가 고개를 돌렸다.

“소화할 겸 원온원 어때요?” 센도가 물었다.

“낚시는 안 가는 거냐?” 우오즈미는 의외라는 듯 되물었다.

“오랜만에 상대해 주세요.”

센도는 뻔뻔하게 요구했다. 우오즈미는 대답이 없었다. 대신 앞치마를 벗고 손을 씻은 후 깨끗한 수건에 닦았다. 가게 뒤편에 굴러다니는 농구공이 하나쯤 있을 것이다. 가게 일이나 요리가 잘 풀리지 않으면 공을 잡게 된다. 센도가 낚시하는 것과 비슷하다. 사람은 남는 시간에 하고 싶은 일이 있어야 한다.

우오즈미는 후식으로 생각했던 모나카 아이스크림을 까맣게 잊고 센도와 함께 가게를 나섰다. 언덕을 조금 오르면 친숙한 농구 코트가 있다. 늦은 오후의 부드러운 바닷바람이 두 사람을 감쌌다.

 

 


 

* 마쓰이 히데키. 약간 시기가 안 맞을 수도...

* 요리 관련 내용은 제가 마음대로 써서 절대 전문적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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